기사 메일전송
한글을 그려 돈 버는 화가 금보성
  • 오치우
  • 등록 2019-12-16 10:20:00
  • 수정 2019-12-16 10:22:24

기사수정
  • 나의 소명은 전 세계 콜렉터가 한글과 교감할 수 있게 하는 것


금보성아트센터 대표이자 화가 금보성

한글을 그려 돈 버는 화가 금보성. 본명은 김보성이다. 화가이자 금보성아트센터 주인장인 그와 차를 마셨다. 등 뒤엔 벽을 가득 메울 정도로 커다란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천호쯤 되는 김흥수 화백 그림 속에는 여러 명의 여자들이 당당하고, 육감적이고, 교활하게 각기 다른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들을 그리던 김흥수 화백과 모델들의 교감을 더듬어 보다가 불쑥 물었다. 저 그림은 얼마쯤…그는 내 말이 떨어지기 전에 틀어막듯 웃어 버렸다. 기왕에 속물인 걸 어쩌랴.


다시 한번 물었다. 광고 카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상상하든 그 이상 일 것”이라고 한다. 내 상상력을 무시하는 걸까? 그래서 질러봤다. “백 억이면 살 수 있어요?” 그는 더 크게 또 웃는다. 대답도 못 듣고 속물근성만 들켰다.


애초 금보성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날 때부터 상식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김보성은 왜 ‘금보성아트센터’를 하는가? 그는 스스로 자백하듯 조목조목 말했다.


“첫 번째 본명인 ‘김보성’을 쓰려했더니 ‘의리 김보성’이 상표특허를 해 놓아서 금보성이 됐고, 둘째 문화국가 대표가 되고 싶어 고등학생 때 시집도 내보고 이십대 초반부터 58회 정도 그림 전시를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 김보성의 정체는 뭔가?”


“두 번째, 평창동에 김흥수 화백 소유였던 집을 사들여 요모조모 허물기도 하고 일으켜 세우기도 하면서 이제는 모양새 좋은 갤러리와 작업실, 전망 좋은 꼭대기에 살림집도 차렸다고 김흥수가 유명 화가여서 예술혼이 강한 대가의 영향을 받고 싶어 이 집을 산건가?”


“세 번째, 그런데 왜? 미술관 전시비를 아무한테도 안 받고 심지어 작품이 거래 되도 수수료 없이 전액 작가에게 주는가?”


“네 번째, 일 년에 한 번씩 작가상을 뽑아서 현금 1억 원씩 주고 거기다 심사비용 1억8000만원을 쓰는 이유가 뭔가?”


“다섯 번째, 건물을 인수하고 거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상금도 주고 작품도 사들이고 수십 명의 작가들에게 정기적인 후원금을 주고 이런 것들이 다 돈쓰는 일인데 그 돈의 출처는 어딘가?”



한글을 모티브로 한 금보성화가 작품

화가 금보성.

다섯 개의 질문 요지를 스스로 정리해놓고 다시 묻는다.


“이거 말고 다른 질문 있으면 하세요. 다섯 가지는 누구나 물어봐서 답을 준비해 놨으니까!” 


언론에서 궁금해 했던 얘기들이다. 모범답안을 다 만들어 놓은 거다.


1번, 나는 대한민국 문화 국가대표가 될 것이다. 국가대표는 실력이 중요하고, 명확하고 긍정적인 인지도와 이미지가 필요해서다. 


2번, 아무한테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미술계에 기여한 바도 없으니 대가의 터를 인수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또 은행대출 한도가 거기까지였다. 


3번, 전시장 임대료는 안 받아도 먹고 살 정도 되고 거래수수료 받는 것 보다 작가나 콜렉터와 좋은 관계로 사는 게 더 큰 이익이 될 것 같았다. 


4번, 상금 1억 원씩 주는 이유는 말하기 좀 그렇지만, 십억 원 주기엔 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십억 원이나 백억 원이 부담스럽지 않을 때, 그땐 그리 할 것이다. 그래야 국가대표답지 않은가?


5번, 뒷돈 대주는 재벌 사모님설, 조총련이 지원한다는 공작원설 등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지만, 내가 그리 드라마틱한 능력자가 아닌지라 작품을 노동하듯 많이 만들어 판다. 나의 다작을 우습게 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 또한 각자의 가치관이다. 나는 노동자처럼 작업해서 팔고 그 돈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작가들에게 투자를 하는 거다. 


질문의 요지는 그가 추출했고 답은 인터뷰 한 후에 내가 달았다. 특이한 건 아무에게도 배운 적 없는 시를 써서 시집을 내고 역시 배운 적 없는 그림을 그려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많은 돈을 버는 것 보다 쓰는 게 더 신기한 일이다. 


아무래도 김보성의 산수법은 지구인이 이해하기엔 너무 난해하다. 아마도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별에서 쓰는 고도의 수학인 듯하다.


“저는 신학과 철학공부를 했고, 지금은 화가로 살고 있습니다.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활동이 기술자처럼 배워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운바가 있다면 세종대왕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한글을 통해서 단숨에 창의적 DNA를 흡수한 듯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내민 독특한 조각품 하나가 ‘약속’이다. 한글을 도형화해서 만든 작품을 보며 빙긋이 웃는다.



한글을 도형화해서 만든 작품 '약속'. 금보성作

“나이 오십에 프러포즈를 했는데, 말로 하긴 어렵고 이 작품을 보여줬어요. 다행히 메시지를 단숨에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역시 한글은 임팩트가 있지요.” 51세 되던 해, 동갑내기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그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


“어디든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지요. 잔치집이든 전쟁터든, 옛날엔 늘 혼자 가고 싶었거든요. 그 사람을 만나면서 반전이 됐어요. 아내를 위해 만든 ‘약속’이라는 작품도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사실은 건축설계를 위한 도형이거든요. 아내에게 그런 집을 지어주고 싶었어요.”

비즈니스하는 아내는 지구의 계산법이 안 통하는 이 동갑내기 외계인을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저를 보고 누가 정상이라 하겠어요? 다행히 우리별에서 왔다 가신 선지자가 계셨더라구요.”


상견례 때, 그를 본 가족들이 생전 아버지가 들어서는 줄 알고 혼비백산 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 생각이나 행동까지 흡사해서 가족들은 여전히 ‘혼비백산’ 중이란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돈을 쓴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저의 장인께서 생전에 저와 똑같은 계산법으로 인생을 사셨답니다. 그러니 아내와 가족들은 제게 익숙한 거지요. 그래서 저를 보고 아버지가 부활하셨다고 합니다. 저도 낯설지 않고 익숙합니다. 좀 이상한가요?”


‘예술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도네이션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그 많은 돈을 ‘한글을 통해서 벌기 때문에 한글처럼 공유케 하는 것 일 뿐’이라며 한글을 영감으로 그린 작품들을 쉼 없이 소개했다.


“전 세계의 콜렉터와 관광객들이 금보성아트센터를 찾아와 대한민국의 위대한 예술혼을 만나고 한글과 교감할 수 있다면 제 소명을 다하는 겁니다.”



피카소나 가우디를 만나러 전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광경을 보면서 ‘위대한 예술가가 어떤 국가보다 강한 존재’라고 믿게 된 김보성은 ‘세종의 천재성과 한글의 영감이 세계인들을 감동케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글로 돈을 벌어 한글처럼 세상에 풀어 놓겠다.”는 그의 소망이 573년 전에 한글을 만든 세종의 맘에 꼭 들었으면 좋겠다. 



kbox-tv@naver.com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